"그럴 수도 있지"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이 힘들어할 때 “그러게 왜 그랬어 ㅉㅉ. 너가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넌 이제 끝이야” 같은 말은 잘 하지 않는다. 사실이 아닐뿐더러 가뜩이나 힘든 사람에게 비난을 던져서 더 위축시키는 일은 별로 괜찮은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자기 자신을 향해서는 유독 저런 못된 말들을 서슴지 않는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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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특히 삶이 어렵고 힘들 때, 인간이라면 누구나 여러번 겪기 마련인 실패와 좌절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가가 그 사람의 정신건강과 행복, 극복능력, 실패 후의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Neff & Vonk, 2009).


일례로 절대로 그 어떤 실수나 실패도 해선 안 되며 만약 하게 되면 그걸로 내 인생은 끝, 나는 고작 그거밖에 안 되는 가치없는 인간이라는 식의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작은 실패에도 쉽게 무너지지만 ‘나 역시 부족함 많은 인간일뿐. 인간이 이따금씩 실패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비교적 현실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실패를 하더라도 좌절이 크지 않다. 어쩌면 부족함 많은 우리들에게 있어 실패란 성공보다 더 당연한, 호들갑 떨 필요 없는 자연스러운 일일테니 말이다.


따라서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과 실패를 더 쉽게 인정하며, 그 책임 역시 본인에게 있음을 잘 받아들이는 편이다. 반면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실패를 해도 그걸 인정하지 못하거나 인정하더라도 나는 책임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어떤 태도가 더 적응적일까?


이렇게 자신의 부족함이나 실패에 대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너그럽게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은 본인의 정신건강과 발전을 위해서뿐 아니라 ‘타인’의 행복, 나아가 따듯한 사회를 만드는데도 이바지할 수 있다고 한다. 긍정심리학지(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스스로의 부족함에 따듯할줄 아는 사람들은 자기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부족함에도 너그럽고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Welp & Brow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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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도움행동을 줄 때 다소 계산적인 면을 보인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알고보니 스스로의 잘못으로 인해 곤경에 처했다거나 또는 나와 다른 인종이라거나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도움을 덜 주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자신에게 너그러운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너그러운 사람들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실수를 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럼에도 ‘누구나’ 따듯함과 친절을 필요로 함을 알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도로에서 타이어가 터져서 곤란해하고 있는 사람이 ‘과속’(자신의 잘못)을 했거나 또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곤란해하고 있을 때, 또한 곤경에 처한 사람이 백인일 때 또는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일 때 각각 상대방을 도울 의향이 얼마나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를 가리지 않고, 그 사람에게 일부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상대를 비난하지 않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움을 줄 의향을 보였다.


또한 너그러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의 상황에 감정적으로 이입해 본인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덜 보였다. 공감능력의 한 가지 한계는 타인의 감정이 그대로 옮겨온다는 특성 때문에 지나치게 공감능력이 뛰어나 감정이입을 심하게 하는 경우, 감정 소진이 빨리 올 수 있다는 점이다(Batson et al., 1987). 따라서 때론 공감능력이 더 뛰어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끔찍한 상황이나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 상황을 접하는 것 자체가 본인에게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고 끔찍한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그러운 사람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삶의 어려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특성 때문에 타인의 어려움에도 심하게 가슴아파하기보다 자신의 어려움을 대처할때처럼 비교적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도움을 주려는 경향도 더 많이 보였다.


심리학자 Leary는 자신을 비난해 버릇하는 건 일면 비슷한 부족함을 지닌 타인을 비난할 ‘자격’을 미리 얻어두는 행위라고 보았다. 자신을 향한 비난은 결국 ‘부족하면 비난을 받아야지’라며 타인을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신을 향해 완벽주의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은 ‘타인’을 향해서도 완벽을 요구하며 비판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크고작은 약점과 부족함을 갖고 살기 마련이다. 특히 그런 부족함이 드러날 때 비난하기보다 따듯한 말로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의 존재는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우리 모두 그런 응원을 받을 수 있다면 삶이 훨씬 따듯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따듯함을 허락하자.

 


※ 참고문헌
Batson, C. D., Fultz, J., & Schoenrade, P. A. (1987). Distress and empathy: Two qualitatively distinct vicarious emotions with different motivational consequences. Journal of Personality, 55, 19-39.
Neff, K. D., & Vonk, R. (2009). Self‐compassion versus global self‐esteem: Two different ways of relating to oneself. Journal of Personality, 77, 23-50.
Welp, L. R., & Brown, C. M. (2014). Self-compassion, empathy, and helping intentions.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 9, 54-65.


원문 :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18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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