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능력과 도움행동

어떤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잘 도울까? 간단히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눈 앞에 힘들어하는 타인을 잘 도울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어떨 때는 사람들을 잘 돕기지만 또 어떤 때는 더 돕지 ‘않’기도 하는 등 공감능력과 도움행동 간의 관계는 복잡한 양상을 띈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공감능력과 도움행동 간의 상관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편이다.

 

타인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이해하는 공감능력과, 그 사람을 잘 보살피고 싶다는 마음(측은지심 또는 배려심)은 별개임을 보여주는 연구들도 있다(Wilhelm & Bekkers, 2010; Jordan et al., 2016). ‘참 안 됐다 ㅉㅉ’라며 공감은 하지만 이후 ‘하지만 내가 뭐 어쩌겠어. 나랑은 상관 없잖아’라고 한다면 도움행동이 나타나지 않지만, 잘 이해되진 않더라도 ‘어쨌든 힘들다고 하니 도와야겠어’라고 마음을 먹으면 도움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공감능력의 치명적인 한계로 지적되는 것이 공감이란 기본적으로 타인의 힘든 감정이 자신에게로 옳아오는 시스템이란 점이다. 즉 공감을 잘 할수록 본인이 심한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공감성 과각성(empathic overarousal)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하게 되고, 그 결과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되려 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외면하는 선택을 내리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예컨대 끔찍한 사건 사고나 불의에 관한 뉴스를 봤을 때 함께 분노하긴 하지만 금새 평정을 찾고 냉철한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사람과, 지나치게 감정적인 반응을 하게 되고 한 번 끔찍한 소식을 들으면 며칠 간 심장이 떨리고 잠을 잘 수 없는 등 그 감정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워하는 사람 중 후자가 불행한 소식들을 외면하게 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결국 ‘감정 조절 능력’이 도움 행동을 불러오는 핵심 역할을 한다고 보는 학자들이 있다(Panfile & Laible, 2012). 상대가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 도움을 주고 싶어도 같이 슬픔에 허우적거리거나 불안해지는 등 ‘본인’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 자기가 괴로워져서 상대방을 위하는 행동을 못 보이게 되는 반면 감정 조절을 잘 하는 사람들은 이 괴로움을 빨리 떨쳐버리고 제일 중요한 ‘도움 행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Panfile 등의 연구자들은 3세 아이들을 방 안에 혼자 두고 어디선가 아기가 우는 소리가 나도록 했다. 이후 보호자로 보이는 사람이 방에 들어와서 "아이를 달래 줄 XX를 찾고 있다"고했고, 이 때 평소 부정적 정서성이 낮고 감정 조절을 잘 하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보호자가 찾는 물건을 적극적으로 같이 찾는 등 도움 행동을 많이 보이는 경향을 보였다.


기본적으로 부정적 정서성이 '낮고', 즉 평소 크게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고 쉽게 기분이 나빠지지 않는 등 정서적으로 안정적이고, 또 '감정 조절'을 잘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돕는다는 것이다.


끔찍한 사건인 경우 끔찍함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사람들을 과각성 시키는 것이 되려 사건과 피해자를 외면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또한 불행한 사건을 마주했을 때 감정 조절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정서적 측면을 자극하기보다 ‘어떤 이유로든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돕는 게 옳다’는 다소 논리적 접근을 하는 것이 도움행동을 불러오는 데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겠다.

 


※참고문헌
Wilhelm, M. O., & Bekkers, R. (2010). Helping behavior, dispositional empathic concern, and the principle of care. Social Psychology Quarterly, 73, 11-32.
Jordan, M. R., Amir, D., & Bloom, P. (2016). Are empathy and concern psychologically distinct?. Emotion. Advance online publication. http://dx.doi.org/10.1037/
emo0000228
Panfile, T. M., & Laible, D. J. (2012). Attachment security and child's empathy: The mediating role of emotion regulation. Merrill-Palmer Quarterly, 58, 1-21.


----------------------------------------------------------------------------------------------------------------------------

공감능력의 이런저런 한계 때문에 공감을 도덕 판단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들을 경계하는 학자들이 있죠. 

사실 공감을 기반으로 한 도덕행동의 가장 근본적인 한계는 '내 마음이 가는 사람'이라면 돕는다는 것인데..

세상은 이보다 훨신 복잡해서 나의 감정적 반응이 '옳음'을 꼭 보장하진 않고, 이해되지 않고 별로 돕고 싶지 않지만 그게 옳은 행동일 때가 있잖아요. 나의 감정 및 이해 여부와 상관 없이 옳거나 그른 일들이 존재하니까요. 




"그럴 수도 있지"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이 힘들어할 때 “그러게 왜 그랬어 ㅉㅉ. 너가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넌 이제 끝이야” 같은 말은 잘 하지 않는다. 사실이 아닐뿐더러 가뜩이나 힘든 사람에게 비난을 던져서 더 위축시키는 일은 별로 괜찮은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자기 자신을 향해서는 유독 저런 못된 말들을 서슴지 않는다. GIB 제공이렇게 특히 삶이 어렵고... » 내용보기

많이 벗고 다니는 성격?

성격특성(Big5, 성격5요인)과 '일상적인 행동' 간의 상관을 본 연구가 나왔군요.원만성이 높은 사람들이 낮은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많이 샤워하면서 노래하고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은 비교적 많이 집에서 홀딱 벗고 있고 성실성이 낮은 사람들이 연필 씹기 같은 걸 비교적 많이 한다고 하네요. 성실성 높은 사람들은 뭐 빌렸다가 늦어서 벌금내는 일도 ... » 내용보기

혼잣말과 외로움

혼잣말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외로움이 높고 정신건강은 나빴다는 연구가 있었네요. 요즘 정신차려보면 혼잣말 하고 있을 때가 많았는데.. 외로운 것일까요..혼잣말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들이 언어를 생성하고 이해하는 영역과 청각과 관련된 영역들이라 외로울 때 혼잣말을 하면 어느 정도 실제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느낌... » 내용보기

오랜만에 이런저런 연구 소식

오랜만이군요? :D 1. 시간의 압박을 잘 견디는 성격? 보통 '시간의 압박'이 클수록 창의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성격적(Big 5)으로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높고 + 창의성을 지지해주는 상사나 동료 같은 환경이 있을 때는 어느 정도의 압박이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군요. 외향성의 경우도... »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