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 권력과 공감능력: 직장상사는 왜 그 모냥인가요? 2012/03/29 15:49 by 지뇽뇽

회사... 즐겁게 다니고 계신가요?ㅎㅎㅎ 

혹시 말이 안 통하고 막무가내인 상사 때문에 고민이신 분들 계시면 손? 

상사들이 도대체 왜 그모양인지에 대해 
좋은 힌트를 주는 연구가 있어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 

인간이 "권력"을 맛보게 되면 
공감능력(타인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함께 느끼는 것)과 
perspective-taking 능력(남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것)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Galinsky et al., 2006)

아무래도 권력이 없는 사람이 권력 있는 사람의 눈치를 보고 의중을 읽어내려고 필사적이지 않겠어요?ㅎ 
권력이 있는 사람은 별로 눈치 볼 필요도 없을테고 말이지요..

게다가 perspective-taking 같은 경우는 인지적으로 피곤한 일이거든요.

우리는 보통 자기의 입장에만 머물러서 생각하기 마련인데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려면 
타인이 처한 여러 상황들을 고려해서 기존의 view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요

피곤하거나, 에너지 소모가 많은 상황이거나 하면 
perspective-taking을 잘 못 하게 된다는 연구들도 다수 있습니다 


자 연구를 소개해 볼까요 :) 

심리학에서는 보통 권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정도"라고 정의 하는데요 


실험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구 1에서는 

High power 조건: 참가자들에게 남에게 지시, 명령"했던" 적이 있었다면 그 상황을 자세히 떠올려 보도록 함 
Low power 조건: 참가자들에게 남에게 지시, 명령 "받았던" 적이 있었다면 그 상황을 자세히 떠올려 보도록

이렇게 각각 시킨 후
이마에 순간적으로 대문자 E를 그리도록 합니다 

"자 지금 당장 이마에 E를 그리세요! 생각하지 말고 빨리요" 

그러면 위의 그림처럼 참가자들의 이마에 E가 그려져 있겠지요? 

사실 이 방법은 옛날에 Hass(1988)라는 연구자가 썼던 방법인데요
남을 신경 써 버릇하는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E를 그렸을 때 자기도 모르게 
"남들이 보기에 올바로 보이는 방향으로(오른쪽 사람)" 그리게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그의 실험들에서 그러한 결과를 얻었어요. 

남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시각적 효과 (3인칭 시점)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겠죠? 
 

만약 권력감(sense of power)이 높아진 사람들이 타인을 고려하지 않게 된다면
E를 자기방향으로 그려야겠지요? (왼쪽 그림) 

결과는 예상대로
High power 조건의 참가자들은 33%가 자기방향으로 그린 반면
Low power 조건 참가자들은 12%가 자기방향으로 E를 그린 것으로 나타났어요. 
3배 정도 차이가 난 것이지요
(오른손잡이/왼손잡이 여부는 통계적으로 통제) 


연구 2에서도 역시 고전적인 perspective-taking 관련 실험 방법을 사용했는데요
"그 영화 완전 끝~내 주던데?"라는 식의 말은 경우에 따라 두 가지로 해석 될 수 있습니다.
1. 진짜 좋다
2. 완전 별로다 (비꼬기) 

보통 말로 할 때는 톤에 의해 둘 중 어떤 것인지 의도를 파악할 수 있지만
이런 말이 문자나 메일로 간다면
받는 사람이 그 의도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입장에 머물러 생각하기 때문에
'문자 수신인에게 그런 문자를 보내면 잘 이해하지 못할 거다.'같은 생각을 잘 못 합니다.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이 High power 조건 참가자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는 지를 봤습니다.


결과는 역시
"그렇다"였네요ㅎㅎ 
"상대방이 이 메시지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할 것 같냐?"라는 질문에
High power 조건의 참가자들이 low power 조건 참가자들에 비해 훨씬 
상대방의 이해도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연구 3에서는 공감능력을 살펴봤는데요

여러 감정이 담긴 표정들을 보여주고 
각 조건의 사람들에게 (high vs. low power 조건) 
각 표정이 "어떤 감정"을 의미하는지 맞춰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high power 조건 사람들이 low power 조건 사람들보다 더 오답의 수가 많은 으로 나타났습니다. 
  


후... 
권력감이 확실히 사람들의 공감능력에서 '감정을 읽는 능력'을 떨어트리고
남의 입장을 고려하는 perspective-taking의 시도를 저해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군요... 

이 땅의 보스들이 sense of power를 좀 덜 느끼려하거나 덜 상기한다면 그나마 나아질까라는 생각도 들고..
여러분 그저 파이팅입니다ㅎㅎ 




덧글

  • ellen 2012/03/29 16:43 # 답글

    아 오늘은 약 4년간의 직장생활을 한번에 정리해주시는 또 이런 유익한 포스팅을.........퇴근길에 다시 자세히 읽어볼게요. 감사합니다!!
  • 지뇽뇽 2012/03/29 17:27 #

    저런 상사들을 많이 보셨나봐요 ;ㅁ;ㅎㅎ 포스팅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 보더 2012/03/29 17:20 # 답글

    오른손잡이만 참여시켰는데 그림에서 왼쪽 사람은 왼손으로 그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 지뇽뇽 2012/03/29 17:28 #

    다시 찾아보니까 오른손잡이만 참여시킨 게 아니고 통계적으로 오른손/왼손잡이 여부를 통제했네요ㅎ
    Hass의 옛날 실험이랑 헷갈렸나봅니다 수정할게요 :)
  • FlakGear 2012/03/29 19:42 # 답글

    저는 저 실험을 교양으로 배웠었습니다. (컨텐츠 계열 학과지만 심리학 교양을 배웁니다. 참고로 영화의 화면구성이나 스토리텔링, 게임의 인터페이스는 심리학과 교묘히 연결되있다는 사실.)

    그때는 단순 자기 생각하는 사람, 남을 잘 생각하는 사람 구분하는 걸로 알고있었습니다. 이런 깊은 실험일줄은 생각치 못했군요. 한편으로 이렇게 실험결과에 따라 사람을 4부류(권력심, 상대방에 대한 공감,이해능력으로)로 나누어 생각해보았는데요. 그렇게 나누니까 더 재밌군요. 뭔가 실마리가 더 풀리는 느낌(...)
  • 지뇽뇽 2012/03/30 12:42 #

    이 실험 들어보셨었군요 :)
    저희 연구실 맞은편 연구실이 인지공학연구실(역시 심리학과 소속)인데 거기에서 스토리텔링이나 UI 같은 걸로 실험도 많이 하시고 재미있는 연구 많이 하시더라고요. 저도 몇 번 참여해 본 기억이 나네요(모사의 3D 티비 메뉴 구성과 관련된 실험 같은 거)

    참고로 심리학에서는 사람 자체를 부류로 나누기 보다는 성격을 제외한 많은 행동들을 "상황에 따라, 필요에 의해 취하는 전략"의 개념으로 보고 있어요 :) 그렇게 생각해 보시면 더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 네시팔분 2012/03/29 21:55 # 답글

    많은 분들이 무의식으로 머리 속에서 알고 있던 것을 실험으로 밝혔네요ㅋㅋ
    근데 권력이 공감 능력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역으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극단적인 예로는 싸이코패스)들이 권력의 상층부를 차지할 확률이 높다고 추론 가능하지 않나요?
  • 지뇽뇽 2012/03/30 12:46 #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권력을 차지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나는 연구로 나르시시즘이 높은 사람들(권력욕이 높고, 다른 사람들을 스스로의 영광을 드높이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나만 돋보이면 돼!!)이 높은 지위를 차지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가 있었어요 :)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업계나 업무 특성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 같기도 해서(팀웍이 중요하다던가, 구성원들의 행복이 중요한 업무들이라던가-높은 창의성을 요하는 업무들)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 같네요 :)
  • 그래서 혁명이 필요 2012/03/30 03:02 # 삭제 답글

    그게 또 역사의 법칙이구요!
    ^^
  • 라마르틴 2012/03/30 13:53 # 삭제 답글

    부하직원을 노예로 생각하니까 그렇겠지.
  • 하하 2012/03/30 15:42 # 삭제 답글

    저도 공감능력이 떨어질수록 권력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 쪽을 지지합니다.

    처음엔 남들만한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권력을 획득할수록 공감능력이 떨어져게 되어보이는 것은, 그 사람이 아직 권력이 없을 땐 자신도 공감능력이 있는 것처럼 타인들을 모방하다가(의태) , 나중에 권력을 획득하면 공감능력이 부족함을 숨길 필요가 예전만큼 크진 않으니까 그게 그때 가선 드러나보이는 것일뿐 아닐까요. 게다가 권력자가 되면 이젠 남들이 자신을 모방하기 시작하죠.(역의태)

    권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으로 파악한다면, 그 결과를 상상하거나 이입할 능력이 애초에 부족한 사람일수록 영향력을 행사하기 꺼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상상력이나 연민, 동정심,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일 수록 함부로 그걸 휘두르지 않을 것 같고.

    수치심을 모르고,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않고, 공감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부하를 잘 이용해먹을수록 더 승진하기 쉽죠.
  • 지뇽뇽 2012/03/30 15:54 #

    음.. 일리가 있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근데 한 가지 생각해야 할 점은
    우리나라나 일본 같이 수직적인 집단주의적인 문화권(권위주의 적 문화)에서는 상사들이 부하를 이용해 먹고 그러면 승진하고 이러는 게 굉장히 보편적인 반면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발달한 나라들에서는 상당히 수평적인 문화의 조직들도 많이 보인다는 것이지요ㅎㅎ
    역할은 boss이나 그게 곧 사람들 위해 군림하거나 사람들을 부린다는 뜻이 아닌 경우도 많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행동했을 경우 엄청난 반발을 비롯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또한 행복한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한다는 데이터들도 매우 많은데
    행복한 사람들의 큰 특징이 "원만한 인간관계"이거든요 ;)
    원만한 인간관계를 쌓으려면 어느정도의 공감 능력은 필수겠지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권력자들이 날때부터 공감능력이 별로였던 사람이라는 설명보다는
    "상황적인 요소"들을 고려한 설명이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으로써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즉,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인간은 "역할"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휙휙 변하곤 하거든요 :)

    장기적인 생존을 고려했을 때도 이러한 설명이 갖는 장점이 많은 것 같아요
    상황이란 늘 변덕스러워서 언제 권력을 잃을 지 모르는데
    성격이 이른바 권력자형(낮은 공감능력)으로 고정되어서 태어나는 것 보다는
    상황에 따라 공감능력이 조절 되는 것(권력을 잃으면 다시 눈치보는 능력이 상승하게 된다던가)이
    그런 척 연기를 하는 것보다 생존에 훨씬 적응적이겠지요 :)
  • EGG76 2012/03/31 02:58 # 답글

    우연히 들어왔다가 지금 몇시간째 여기서 죽치고 있는... 아.. 링크 신고해요~ 자주 와서 보고픈 맘에..
  • 지뇽뇽 2012/04/03 10:17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당 :)
    오 심리학에 관심이 많으신가봐요 종종 들러주셔요
  • 보리차 2012/04/04 23:31 # 답글

    문자 메시지 부분 읽다가 느낀 건데... 덧글 한 줄 쓰는데 45분이나 고민한 적도 있는 저는 very low power 조건이군요! 오 이거 어째 현실하고 잘 맞아 떨어진다...
  • 지뇽뇽 2012/04/06 10:29 #

    와오ㅎㅎㅎ "덧글 쓰는데 얼마나 고민하는지"도 뭔가 좋은 지표가 될 것 같기도 한데요ㅎㅎ
  • dy 2012/04/10 16:41 # 삭제 답글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나요..? ㅎ
  • 지뇽뇽 2012/04/12 18:33 #

    음.. 상사가 되어야!?ㅎㅎㅎ
    문제의 근원은 sense of power니까 상사라고 하더라도 이걸 좀 덜 만끽하는 사람 밑에 있는 것이 좋을텐데..
    그게 그렇게 뜻대로 되지 않겠지요?ㅎ
  • kimnez 2012/04/13 16:22 # 삭제 답글

    지뇽뇽님! 가끔 블로그와서 글 읽어보곤 했는데 오늘 오랜만에 와서 이렇게 공감백배되는 글을 읽네요.
    제 상사가 위 high power의 전형적인 예인 것 같아요. 지금도 오너를 제외하곤 가장 높은 위치이고, 이전에도 군대 부사관생활을 해서인지... 공감능력이 완전 제로... 본인이 생각하는 것과 남을 무조건적으로 일치시키는 때가 많아요.
    위치가 위치인만큼 남을 배려하고 다른 상황을 고려해보기보단 본인의 판단을 옳다 생각하고 추진하니 그렇지 않은 대다수는 그저 눈물뿐. 그래서 저도 눈물뿐.ㅠㅠ
  • 지뇽뇽 2012/04/16 14:07 #

    그렇군요.. 힘... 내세요..ㅠㅠ 흑흑
    sense of power를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있다면...
    소개해드릴게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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