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존재하는 방법 2017/09/10 07:25 by 지뇽뇽

매일 매일 바쁘게 살다보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오늘 뭘 먹고 누구를 만났고 뭘 했는지조차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정신이 없다. 나 역시 한창 바쁠 때는 원고를 썼는지, 오늘 썼는지 아님 어제였는지가 헷갈리고 누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더라도 혼자 ‘아 그거 빨리 해야 되는데.. 저건 뭐였더라..’ 하고 딴 생각 속에서 떠내려가느라 정작 지금 눈 앞에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은 잘 듣지 못하곤 한다. 함께 있다고 하기 무안할 정도로 “어? 뭐라고 했어? 미안 잘 못 들었어”라고 사과하기 바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유일한 시간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인데 나를 포함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와 미래의 걱정에 빠져 정작 눈 앞에 놓여진 시간을 충실히 살아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마음이 혼자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 현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놓치게 만들고, 일어나지 않은 일이나 이미 지나간 일을 걱정하느라 유일하게 내 힘으로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 지금의 일에 최선을 다 하지 못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그 뿐 아니라 나의 현실 속 일상은 사실 꽤 평온한데 이를 보지 않은 채 ‘상상 속 최악의 시나리오’에 더 많은 주의를 주게 만들어서 이들이 정말 현실인것처럼 느껴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연구에 의하면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그 내용이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실제로 사서 불행한 시간을 살고 따라서 불행한 경향이 나타난다(Killingsworth & Gilbert, 2010).


시간과 공간을 떠나 과거에 대한 후회 또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은 고등 동물로서 인간이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데 분명 도움을 주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으로부터 지금을 놓치게 만드는 큰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인간이 생각이 많은 동물이라는 사실은 선물인 동시에 저주인 셈이다.


이 저주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도록 마음이 떠돌아다니지 않게, 사람들로 하여금 지금 여기에 충실할 수 있게 하는 방법과 그 효과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다(Brown & Ryan, 2003).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비우기 위해 즐겨온 ‘산책’을 하며 눈 앞에 보이는 길, 나무와 풀에 집중해보거나 한 걸음 한 걸음이 만드는 발자국 소리에 집중하기, 풀 냄새에 집중해 보기가 그것들이다. 또는 명상을 하듯 잠시 눈을 감고 앉거나 누워서 내 몸이 만드는 심장 박동, 숨 쉬는 소리에 집중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이렇게 십여분 정도만 잠깐 마음을 비우고 현재에 머무르게 하는 것 만으로 성과가 향상되고 스트레스가 감소하며 부정적 정서가 가라앉고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었다(Eberth & Sedlmeier, 2012). 최근 심리학계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 분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 눈을 감고 있는 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고 잘 안 맞아서 산책을 하면서 나뭇잎 하나하나를 살펴보거나 최근에 배운 뜨개질을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바늘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식으로 나만의 명상을 하고 있다. 시간이 많다면 아무 생각 없이 1000피스 짜리 퍼즐 맞추기를 며칠씩 하기도 한다.


하루라도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거르면 삶의 질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어느새 이들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코스가 되어버렸다. 특히 뭔가에 쫓기는 것 같이 바쁠 때면 마치 내가 삶을 사는 게 아니라 바쁨이 나를 끌고 가는 기분이 들곤 한다. 이 때 짬을 내서 잠깐 멈추고 마음을 비우면 비로소 다시 내가 이 삶의 고삐를 쥐고 간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마음을 환기시키고 나면 한 각도에서 바라봤을 때는 너무 크게만 보였던 일더미가 다시 보니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깨달음이 오기도 하고 엄청 중요해서 실패하면 인생이 끝장날 것만 같았던 일 또한 실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았다는 깨달음이 오기도 한다.


또 최근 한 연구에 의하면 평소 잠깐 멈추고 마음을 정리해 버릇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작은 명상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Creswell et al., 2014). 나의 경우처럼 손을 움직여서 할 수 있는 단순 작업이나 정처없이 걷기 등 뭐든 좋으니 생각을 잠시 멈추는 습관을 한두 개쯤 만들어 보면 어떨까? 마음은 붙들지 않으면 지나치게 열심히 뛰어다니기 마련이고 삶의 질은 열심히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든 떨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 참고문헌
Brown, K. W., & Ryan, R. M. (2003). The benefits of being present: Mindfulness and its role in psychological well-be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4, 822-848.
Creswell, J. D., Pacilio, L. E., Lindsay, E. K., & Brown, K. W. (2014). Brief mindfulness meditation training alters psychological and neuroendocrine responses to social evaluative stress. Psychoneuroendocrinology, 1-12.
Eberth, J., & Sedlmeier, P. (2012). The effects of mindfulness meditation: a meta-analysis. Mindfulness, 3, 174-189.
Killingsworth, M. A., & Gilbert, D. T. (2010). A wandering mind is an unhappy mind. Science, 330(6006), 932-932.


'명상'의 효과라고 하면 신비한 뭔가가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냥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대신 다른 데 신경 끄는 연습 같은 거고 1) 한정된 정신력 낭비와 쓸데 없는 걱정을 막아줌 2) '지금' 하는 일을 더 잘 하게 만들어줌 3) 정서 조절을 잘 하게 도와줌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명상이라고 해서 꼭 정좌세로 눈감고 오래 앉아있을 필요는 없고요 '본인'이 일상 속에서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편한 형태여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 


저의 경우 잠깐 눈을 감고 나의 몸 상태를 가만 살펴보는 것도 많이 하는데요. 특히 스트레스가 심할 때 온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어깨, 턱, 손 등. 그 피로감을 인식한 후 힘을 쫙 빼보면 안도감이 느껴지는 등 스트레스를 스스로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거 같습니다.  또 무의식적으로 이빨을 꽉 무는 습관이 있는데 그거땜에 턱도 나빠진.. 힘을 꽉 주고 사는 편인지 의식적으로 꾸준히 힘을 빼주지 않으면 안 되더라고요.


명상 방법에는 크게 1) 어떤 하나(숨 소리, 주변의 소리, 몸의 감각)에만 정신을 집중하고 마음을 최대한 비우는 것과 2) 생각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놔두고 마음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살피는 것 두 가지가 있는데요 각자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저 둘 중 하나는 '창의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었는데 둘 중 어떤건지는 까먹었.. 


한 번 집에서나 길에서 해보세요. 과학적으로 밝혀진 효과니까요 :) 



덧글

  • 2017/09/10 14: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9/12 04:4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