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아야, 나도 좋은 게 '사랑' 2017/09/12 04:48 by 지뇽뇽

새 코너(링크)를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을 글로라도 배워두면 안 배우는 것보단 훨씬 나을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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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뭘까? 주변에서 심심찮게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며 구속하거나 심한 경우 헤어지자는 말에 폭력을 휘두르는 등의 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보통 변명은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인데, ‘가족’ 같아서, ‘딸/아들’ 같아서 착취하고 막 대했다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변명에 납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걸 보면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랑 정말 뭘까? 

사랑과 집착은 다르다

많이들 ‘사랑’과 ‘집착’을 혼동하곤 한다. 연구들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두 가지 요소가 혼재되어 나타난다.1) 하나는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길 원해서 아낌없이 주고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외로움 해소 등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길 바래서, 즉 무엇보다 본인이 행복해지기 위해 상대방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받아내려는 동기로 심한 경우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상대방을 벌하는 것과 관련을 보인다. 

학자들은 전자를 ‘사랑’이라고 부르고 후자는 ‘집착’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본인뿐 아니라 상대방을 함께 위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사랑이지만 그렇지 않고 자신의 욕구 충족을 제일 우선으로 둔 채 타인을 거기에 이용하려 하면 그건 집착이라는 것이다. 흔히 열정적인 사랑의 초기에 저 두 가지가 혼합되어 나타난다. 하지만 단기적 관계이든 장기적 관계이든 성숙하고 상호 만족도가 높은 관계일수록 집착은 적고 사랑이 강한 경향을 보인다.2)


함께 행복해지기 위한 관계 vs. 내가 채워지기 위한 관계

비단 연인관계뿐 아니라 어떤 관계에서든 ‘상대방’을 향한 배려와 헌신은 필수적이어서 무엇보다 자신의 욕구 충족이 우선인 사람들의 경우 다양한 관계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보이곤 한다. 캐나다 퀘백대학교(Université du Québec à Montréal) Genevieve Lavigne 연구진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약 두 달에 걸쳐 관계가 발전하는 모습을 살펴봤다.3) 그 결과 관계를 시작할 때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이 사람이 정말 좋고 함께 성장해나가고 싶어서,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서’ 같은 상호적/성장지향적 동기(growth orientation)로 관계에 임하는 사람들의 경우 사랑을 주고 받음에 있어 어색함이나 두려움 없이 비교적 손쉽게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그저 혼자가 싫어서, 상대방이 나의 외로움을 채워주길 바래서 같은 결핍감소지향적(deficit-reduction orientation) 동기로 관계를 시작한 경우 우선 상대방에게 많고 때론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는 경향을 보였다. ‘이 사람과 함께 하기만 하면 내 모든 문제가 사라지고 나는 영원히 행복해지겠지’ 같은 기대들 말이다. 애초에 기대가 너무 높다보니 상대방에게 실망할 일도 많았다. 

또한 자발적인 선택이라기보다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필요’로 인해 관계를 하기 때문에 관계에 있어 보다 절박하고 집착하며 전전긍긍해하는 경향을 보였다. 불안함 때문에 관계를 위해 지나치게 애쓰고 그만큼의 보답을 바라는 등 상대방에게 실망하고 서운할 일을 늘리기도 했다. 동시에 상대에게는 ‘부담스런 사람’이 되는 경향을 보였다. 상대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욕구는 크지만 막상 깊은 정서적 교감을 하는 것은 두려워하며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할 것에 대한 걱정 또한 높았다. 행복도 또한 비교적 낮았다. 

두 달 후 결핍감소지향적 동기를 가진 사람들은 성장지향적 동기를 가진 사람들에 비해 다른 학생들로부터 ‘기회가 된다면 이 사람과 계속 만나고 싶다’ 같은 평가에 ‘낮은’ 점수를 받았다. 흔히 사랑을 받는 것뿐 아니라 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들 이야기 한다. 거기에 어느정도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사랑의 핵심은 상대방의 행복을 위한 노력

사랑은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참되다는 사실을 사람들도 알고 있을까?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 Kevin Hegi 등의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사랑 이야기를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서 들려주었다.4) 다만 각 버전에서 사랑의 여러 요소(상대의 행복을 위한 노력, 믿음, 존중, 정서적 친밀감 등) 중 한 가지 씩을 빠트렸다. 즉 참가자들은 뭔가 하나가 빠진 사랑 이야기들을 들었다. 

이랬을 때 사람들은 다른 것보다 ‘상대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없으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반응하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랑의 핵심은 무엇보다 ‘상대방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Investment in the well-being of the other for his or her own sake.)’인 듯 보인다고 언급했다. 다들 어느정도 ‘사랑해서 괴롭게/불행하게 만들었다’는 말은 기껏해야 실패한 사랑에 대한 고백임을 알고 있는 것일까?

구속하고 집착하는 연인으로 인해 힘듦을 호소하던 지인에게서 “사랑한다면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바라야 하는 거 아냐?”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상대의 행복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려 하는 것이 무슨 사랑이냐고. 그건 그냥 사랑을 가장한 이기심, 본인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는 것일뿐인 게 아니냐는 말이었다. 당신이 하고 있는 사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참고>
[1] Acevedo, B. P., & Aron, A. (2009). Does a long-term relationship kill romantic love?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13, 59-65.
[2] Fehr, B. (2013). The social psychology of love. In J. A. Simpson & L. Campbell (Eds.), Handbook of close relationships (pp. 201–233). New York, NY: Oxford Press.
[3] Lavigne, G. L., Vallerand, R. J., & Crevier-Braud, L. (2011). The fundamental need to belong: On the distinction between growth and deficit-reduction orientation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7, 1185–1201.
[4] Hegi, K. E., & Bergner, R. M. (2010). What is love? An empirically-based essentialist account.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27, 620-636.


덧글

  • Fedaykin 2017/09/12 09:54 # 답글

    크롬 기준으로 글이 좌우가 약간 잘려서 나옵니다. 좋은 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까 아쉬워서 댓글 남겨봅니다.
  • 지뇽뇽 2017/09/13 11:47 #

    아 그러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chronic 2017/09/16 14:08 # 삭제 답글

    깊이있고 좋은 글을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래된 마음병이 낫는 기분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 T.Robin 2017/09/21 07:56 # 삭제 답글

    혹시 나중에 limerence 관련 글도 쓰실 생각이신가요? 교환학생때 참 인상깊었던 내용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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