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쁠 때 너도 기쁜 게 사랑 2018/01/21 20:40 by 지뇽뇽

심리학자 소냐 류보머스키의 연구 중 비교해버릇 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잘 보여준 실험이 있었다(Lyubomirsky & Ross, 1997). 참가자들에게 똑같은 과제를 시키고 이후 잘 했다거나 또는 잘 못했다는 피드백을 준다. 이 때 자신의 실력에 대한 피드백 뿐 아니라 옆에 있는 또 다른 참가자는 어떤 성적을 거두었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함께 준다. 그러면 평소 남과 잘 비교해버릇 하지 않고 행복한 사람은 옆 사람이 자기보다 잘했건 또는 못했건 자기 자신이 잘 했다면 기뻐하고 잘 못했다면 다소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평소 남과 비교해버릇하는 사람들의 경우 내가 못했더라도 옆 사람이 나보다 더 못했다면 기뻐하고, 또 내가 잘했더라도 옆 사람이 나보다 더 잘했다면 기분이 나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나의 행복은 나만이 느낄 수 있으므로 온전히 나에게 달려있을 수 있는 것인데, 이들의 행복은 자신이 아닌 옆에 있는 누군가의 손에 더 크게 달려있는 것이다. 지금 분명 잘 하고 있더라도, 옆에 어쩌다가 좀 더 뛰어난 사람이 존재하기라도 하면 순간 지옥을 맛보게 되는 모래성 같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보다’ 더 잘 되는 건 원치 않는다


쉽고 빠르게 남과 비교해버릇하는 특성은 하루에도 수십번 왔다갔다하는 감정 기복과 불행으로 가는 특급열차 같은 느낌이지만 안타깝게도 사회적 동물인 우리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특성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족이나 친구가 잘 되는 것을 함께 기뻐하는 편이지만 ‘본인보다’ 잘 되는 것은 원치 않음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었다(Tesser, 1988). 특히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오랫동안 투자해온 무엇에 있어 자신보다 친구나 가족이 더 잘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예컨데 운동을 잘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가 나보다 운동을 더 잘 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공부, 특히 어떤 과목에 있어 친한 사람이 나보다 더 잘 하는 것은 견딜 수 없어하는 식이다. 이렇게 우리는 가까운 관계조차도 ‘자존감 받침대(Self-Evaluation Maintenance)’로 쓰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사실은 힘든 일에 공감해주는 것보다 기쁜 일에 함께 기뻐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구 중 하나인 인정욕구나 자신을 먼저 돋보이게 하고 싶은 욕구를 눌러야 하는 것이니까. 따라서 당신에게 생긴 기쁜 일을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관계는 꼭 지킬 가치가 있는 소중한 것이다.


 


기쁠 때 함께 기뻐하는 관계가 진정한 관계


연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의 성공을 진심으로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인가?’의 여부가 관계 만족도를 예측하는 중요한 한 가지 척도가 된다. 연구들에 의하면 연인의 성공에 주눅들거나 시기하지 않고 함께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는 커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커플에 비해 높은 관계 만족도와 높은 친밀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Gable et al., 2004).


파트너의 기쁨에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능력은 관계에서 자신이 더 돋보이고 싶고 상대가 자신에게 맞춰 자신의 기를 살려줬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욕구보다 파트너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는 신호이기도 하며, 실제로 함께 기뻐할 줄 아는 커플은 그렇지 않은 커플에 비해 서로에게 더 이타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Reis & Clark, 2013).  


좋은 성과를 얻어서 기분이 좋은 경우 연인이 함께 기뻐해준다면, 성공 자체보다 연인이 함께 기뻐해주는 것에서 더 큰 기쁨을 느끼는 현상도 나타난다(Ilies et al., 2011). 기쁨은 특히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을 때 더 커진다는 것이다.


 


서로의 자존감 지지대가 되는 관계


함께 기뻐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서로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돕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 서로가 서로의 자존감 지지대가 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례로 커플 중 한 사람에게만 어려운 과제를 시키고 다른 한 사람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관찰한 연구가 있었다. 지금 아주 잘 하고 있다는 응원의 말을 건내고 연인의 성공을 위해 최대한 협력하려는 모습을 보인 사람의 파트너는 그렇지 않은 사람의 파트너에 비해 더 좋은 성과를 냈을 뿐 아니라 일을 하는 과정에서도 더 높은 열정, 더 높은 자신감과 만족감을 보였다(Feeney & Thrush, 2010).


연인이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적 달성에 큰 관심을 보이며 지지할 때 ‘이 사람이 나를 정말 사랑하고 아껴주는구나’라고 느낄 가능성도 더 높았다. 누군가에게 소중히 여겨진다는 것, 누군가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그의 슬픔뿐 아니라 기쁨도 함께 나누고 나아가 더 큰 행복을 위해 함께 애쓰는 걸 의미한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특히 헤테로 커플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교육수준이 높거나 소득이 더 높으면 가정 폭력이 발생할 확률이 높고 남성이 발기부전을 보일 확률도 높다는 연구들이 있었다(Kaukinen, 2004; Pierce et al., 2013). 학력이 높은 지인들의 경우 여자가 학력이 너무 높으면 남성이 꺼려한다는 이야기들을 종종 듣는다고 했다. 누군가를 자신의 ‘기’와 자존감을 살릴 받침대로 써버리겠단 이기심을 버려야 비로소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어떤 사람과 사귀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다른 건 몰라도 당신을 자존감 받침대로 쓰지 않는 사람, 당신의 성공을 함께 기뻐하고 독려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답할 것이다.


 


 


Feeney, B. C., & Thrush, R. L. (2010). Relationship influences on exploration in adulthood: The characteristics and function of a secure bas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8, 57–76.


Gable, S. L., Reis, H. T., Impett, E. A., & Asher, E. R. (2004). What do you do when things go right? The intrapersonal and interpersonal benefits of sharing positive event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7, 228–245


Ilies, R., Keeney, J., & Scott, B. A. (2011). Work-family capitalization: Sharing positive work events at home.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14, 115–126.


Kaukinen, C. (2004). Status compatibility, physical violence, and emotional abuse in intimate relationships. Journal of Marriage and Family, 66, 452-471.


Lyubomirsky, S., & Ross, L. (1997). Hedonic consequences of social comparison: A contrast of happy and unhappy peopl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3, 1141-1157.


Pierce, L.,Dahl, M. S., & Nielsen, J. (2013). In sickness and in wealth: Psychologicaland sexual costs of income comparison in marriag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9, 359-374.


Reis, H. T., & Clark, M. S. (2013). Responsiveness. In J. A. Simpson & L. Campbell (Eds.), The Oxford handbook of close relationships (pp. 400–423).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Tesser, A. (1988). Toward a self-evaluation maintenance model of social behavior.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21, 18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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