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 무의식 특집 1: 의식이 보는건 빙산의 일각? 2011/08/12 19:56 by 지뇽뇽

지난번 포스트 (선택을 지배하는 건 '왠지 끌리는 그런 느낌'?)에 이어서
'많디 많은 일들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결정되고, 의식이 알아차리는 건 빙산의 일각이다'라는
예들을 한번 특집으로 다뤄볼까 합니다ㅎ 


[일명 무의식 특집]

인간은 '뭐라도 둘러대며 설명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예를 들어, 뇌에 웃음을 유발하는 부위를 자극하면 사람들은 푸하하 웃게됩니다.
그리고 나서 왜 웃었어요? 라고 물어보면 '아, 옛날에 ~~했던 일이 생각나서 웃었어요'라고 
순식간에 설명을 지어냅니다. 

이런 능력은 아주 놀라워서 '인간은 의미를 붙이는 동물이다.'라고도 이야기 하죠. 

이런 의미붙이기 능력을 가지게 된 이유는 아마 '불확실성'이 불편하기 때문일 겁니다.
세상이 예측 불가능하고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차 버리면 두려울 거라서 
그것들을 어떻게든 설명 가능한, 있음직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거죠. 


하지만, 불행히도 실상 그런 의미들은 많은 경우 사후에 지어낸 것들인 듯 보입니다. 

지난번 포스트에서 의식적으로 이거야!!라고 선택하기 전에, 
무의식적 상태에서 이미 몸이 먼저 우리의 행동을 가이드해 간다는 걸 보았죠. 
그렇게 사실 많디 많은 행동들이 무의식에 의해 지배되고 있답니다. 


1. 행동 유도성: 굳이 그 곳에 쓰레기를 버려야 했나요

길을 걷다가 벤치가 보여서 벤치에 앉았습니다.
그 행동을 이끌어 낸 주체는 나의 의지일까요 아니면 거기에 있었던 벤치일까요? 

길거리에 쓰레기들이 버려져있는 양상을 보면 
온 바닥에 균등하게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집중적으로 산 모양으로 쌓여 있기 마련입니다. 

[쓰레기를 버리고 싶다면 어디다 버리시겠어요?]


그것 역시 사람들의 의지에 따른 행동일까요? 

철학적인 논쟁의 여지가 있겠지만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행동 유도성'이라고 부릅니다.

벤치가 거기 있지 않았더라면, 최초에 버려진 쓰레기가 있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이 거기 앉거나 쓰레기를 굳이 그 곳에 쌓아 두지 않았을 거란 겁니다. 

이렇게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100% 나의 의지를 통해 이루어진다라는 건 
인간을 찬양하다가 만들어진 신화에 불가한 듯 보이기도 합니다. 



2. 굳이 그 스타킹을 선택한 이유

스타킹을 판매합니다. 
진열대에 스타킹을 골고루 진열해놓고 
판매되는 모습을 관찰한 심리학자가 있었습니다 (willson) 

그랬더니, 많은 수의 사람들이 왼쪽보다는 오른쪽에 진열된 스타킹을 사 가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오른쪽에 진열된 스타킹을 사려는 사람에게 "왜 그 스타킹을 선택했나요?" 라고 묻자
"이 스타킹이 특히 윤택이 좋고, 촉감도 좋고, 튼튼한 것 같아서요"라며 청산유수같이 그 이유를 말합니다.

하지만 그 진열대에 진열된 스타킹들은 전부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오른쪽(right)에 대한 내재된 호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B보다 A를 선호하는 현상처럼)
자기도 모르게 오른쪽에 있는 스타킹에 눈길을 더 주고 사게 되는 겁니다.


[유통기한 얼마 안 남은 바나나를 오른쪽에 진열하면 재고 처리에 좋을까요?ㅎ]



3. 세제하면 Tide?  

사람들에게 다음의 단어들을 보여줍니다 (Nisbett & Willson).
'바다', '달' 

그리고는 갑자기 알고 있는 세제 이름을 아무거나 대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위의 단어들이 주어지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Tide라고 대답을 합니다. 

왜 Tide냐고 물으면,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써서.. 지금 내가 쓰고 있어써.. 등등 
다양한 이유들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연구자 그게 아니라 '바다'와 '달'이라는 단어가 곧 '조수(tide)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그런 대답을 하는 거라고 합니다. 





무의식이 행동을 크게 좌우하고 의식은 거들뿐 이라는 걸 보여주는 예들을 몇 개 모아봤어요 :) 
나름 귀엽귀엽한 사례들로ㅎ

다음에는 더 이상한 애들을 소개해 볼게요 :) 

이글루스 가든 - 심리학에 대해 알아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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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푸른미르 2011/08/12 23:28 # 답글

    흐음.... 음. 음. 음.

    무의식에 대해 특히 파고든 심리학 교양서이 있나요? 한번 찾아보려구요. ^^
  • 지뇽뇽 2011/08/12 23:30 #

    티모시 윌슨이라는 학자가 쓴 '나는 내가 낯설다'라는 책이 있어요.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있답니다 재밌어요 :)
  • jane 2011/08/13 00:31 # 답글

    스티븐 핑커의 <빈 서판>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지요. ㅎㅎ 자유의지란 기껏해봤자 어지러운 정당의 대변인밖엔 안된다고 ^^

    철학서들은 헛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건지도. ㅠㅠ
  • 지뇽뇽 2011/08/13 08:07 #

    와 어지러운 정당의 대변인 맘에드는표현인데요ㅎ 물론자유의지가 빛을발할때도많지만 그간 너무 과장된 측면이 많죠ㅎ
  • jane 2011/08/13 10:05 # 답글

    저야 스티븐 핑커를 그냥 대중서로 읽어서 아는 사람입니다만, 그쪽에서 스티븐 핑커 제법 대단한 사람 아닌가요(...)?
  • 지뇽뇽 2011/08/13 10:20 #

    마자요ㅎ 근데 이쪽에선 의외로 대중서는잘 안바서 저런 머찐 표현가튼건 잘 모른다는..
  • jane 2011/08/13 10:06 # 답글

    그나저나 저 원리를 이용해서 물건도 많이 팔 수 있겠고, 그 수준을 넘어 심지어 정책에까지 반영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되면 1984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도 악몽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ㅠㅠ
  • 지뇽뇽 2011/08/13 10:22 #

    근데 또 저런효과가 분명히 있고 꽤 크지만 전부는 아니니까요ㅎ 또 저런효과의 존재를알아채면 효과가 사라지기도 해서 저런것들이 있다는걸 아는게 중요한거같어요 :)
  • mosa 2011/08/13 13:10 # 삭제 답글

    사람들이 저런 문제들에 대해서 '사소한 영향'에 의해 선택을 했음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기를 꺼려하는 이유가 더 중요하질도 모르죠.
  • 지뇽뇽 2011/08/13 14:26 #

    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사실은 정말 모르고 있는 게 더 클거라고 많은 많은 연구들이 이야기하고 있담니다 :)
  • 라리 2012/01/18 00:08 # 삭제 답글

    위 주제랑 연관된 예가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신림동에 백순대타운 건물 윗층들은 작은 순대볶음집이 순대 밭 같이 쫘악 펼쳐져있는데요..
    전에 먹으러 갔다가 보니 왠지 사람들이 오른쪽 가게에 편중되어서 앉아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은근슬쩍 제가 먹었던 집 주인장분께 여쭤봤더니 아니나다를까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스타킹을 집은 것 처럼) 입구로 들어오면 오른쪽으로 가는 습성 때문에 그쪽 가게들이 월세가 더 비싸답니다~
    상식인가요? 전 그때 작지 않은 깨달음이어서~ 나눠봅니다.
  • 지뇽뇽 2012/01/18 22:13 #

    오- 재미있는 사실이네요ㅎㅎ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
    생각보다 오른쪽을 선호하는 현상이 되게 강하게 나타나고 있었군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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